에게

(상략)

 

…진흙에 범벅되는 하얀 인조 깃털

그 난처한 아름다움.

 

아니면

야간 비행 실수로

낡은 고가도로 교각 끝에

불시착한 천사

 

가까스로 매달린 채

엉덩이를 내보이며

날개는 추스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니면

비둘기 똥 가득한

중세의 첨탑 위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측은하게 지상을 내려다보는

그 망연자실.

 

                                                      - 허연, 「내가 원하는 천사」 부분.

 

 

  타일러 스캑스가 천사였다면 그의 날개는 진흙투성이였을 것이다. 꾸준히 날갯짓을 해왔지만 어디도 맘껏 날아보지 못한. 그 ‘난처한 아름다움’

 

 엔젤스에 지명되었으나 엔젤스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 곧바로 애리조나로 보내진 그는 3년 후 다시 엔젤스에 돌아왔고, 지난 시즌에는 선발투수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다. 올 시즌에도 로테이션에 포함되어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부상한다.

 

 그러나 2019년 7월 2일,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6월 30일, 오클랜드 전이 그의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만다. 이제 완전한 날갯짓으로 진짜 아름다움에 근접해가던 그는 끝내 추락하고 만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에인절스 스타디움은 그저 ‘망연자실’

 

* 예정돼 있던 LA에인절스와 텍사스레인저스의 경기는 취소되었다. 타일러 스캑스가 천사가 되었다면 그는 에인절스 스타디움의 그라운드를 측은하게 내려다보고, 먼 하늘을 향해 날아갔을 것이다. 그가 더 이상 날개를 추스르지 않아도 되는 천사가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