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선발투수 팻딘이 6이닝을 책임지며 4실점했다. 빼어나진 않지만 준수했다. 그가 4점을 내줬지만 타선에서 무려 8점을 생산했다. 김윤동이 2이닝을 훌륭하게 막아주었고, 9회, 단 한번의 수비에서 4점이라는 넉넉한 점수를 지켜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김세현이 올라왔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가 올라오는 순간 낙담했다. 최근에 연투를 거듭한 임창용의 피로도를 감안하면, 김세현을 내보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김세현이 마운드에 오른 후의 4점은 그다지 여유 있는 점수 차가 아니었다. 코칭스태프에서 김세현의 등판을 결정하기 직전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마무리투수의 구위를 전혀 갖추지 못한 김세현이 2군에 내려갔다가 1군에 올라온 이후 제대로 공을 던져본 것은 단 한 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그가 1군에 등록된 이후 (5월 17일) 어제까지(5월 23일) 약 일주일간 단 한 차례밖에 등판하지 않았다는 것은 2군에 다녀온 이후에도 구위가 심상찮았다는 방증이다.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가 - 그것도 투수가 - 굳이 1군에 있을 필요는 없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스코어 상황에서 김세현이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김세현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 팀을 위한 결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임창용이 잘 막아주고 있지만 연투를 거듭하면서 저하되는 체력도 염려치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세현이 4점차를 지켜주고 5연승으로 이어진다면, 상위권 도약의 청사진 또한 선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았다. 봄밤의 꿈보다 더 짧으므로 일회(一回)춘몽이라고 해두자. 김세현의 등판은 결국 실패했다.

 

  김세현은 윤석민, 이진영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를 허용한다. 오태곤의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잘 잡은 안치홍이 김선빈에게 토스한 공이 베이스에서 한참 먼 곳에 떨어진다. 실책이다. 무사 만루. 김세현은 강판당한다.

  안치홍의 실책이 없었더라면 적어도 경기는 뒤집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안치홍의 수비가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또한 무사 1, 2루의 상황이 아니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실책이다. 

 

  김세현이 마운드에 오르기 전의 상황을 보자. 8:4의 스코어를 실점 없이 막아낼 확률은 꽤 높았다. 그러나 그것은 임창용이 등판하는 경우였다. 임창용 또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는 하드한 상황을 자초하긴 하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어찌됐든 막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타이거즈에서 김윤동과 함께 가장 미더운 불펜요원이었다. 그러나 마운드에는 임창용이 아닌 김세현이 오르면서 실점 없이 막아낼 확률이 낮아졌다. 그리고 무사 1, 2루가 되었고, 안치홍의 실책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무사 만루, 5일 휴식을 취한 양현종이 등판한다고 가정해도 무실점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임창용은 무사 만루에서 등판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몸이 덜 풀린 채로 올라온 임창용은 최선을 다했지만 패배를 막을 수는 없었다.

 

  KT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오늘도 경기는 열린다. 이전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임기영이 선발로 나선다. 내심 시리즈 스윕을 기대했지만 마음처럼 안 되는 게 야구 아닌가. 두산베어스가 한화이글스에게 2패를 당하며 시리즈 열세가 확정된 상황에서 한화의 기세를 어떻게 막아낼지도 궁금하다. 아직은 중위권이지만 여전히 선두권 또한 가시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세현이 가세한 타이거즈의 전력이 매번 마이너스가 된다면 김세현이 굳이 1군에 머물 필요가 없다. 그가 2군에 내려가 있는 12일 동안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알 필요가 있다. 무조건 모두가 함께 갈 수는 없다. 코칭스태프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동행에 동참할 수 있는 실력과 정신무장도 필요하다.

 

* 울지 마, 팻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