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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졌어.

 

그럼 누가 이긴 거야?

 

 

20230618, 아이의 말

 

 

 해가 지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다.

 

 <모순>(양귀자)에 등장하는 진진의 아버지의 말을 빌리자면, 해질녘에 서성이고 있으면 안 된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슬퍼보이니까' 그런다고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집으로 돌아가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진 것인지 생각한다.

 

 그러다가

 

아이의 말을 따라해본다.

 

해가 졌어.

그럼 누가 이긴 거야?

 

 

우리가 이긴 거지. 우리는 이렇게 집에 들어와 해가 지는() 풍경을 보고 있잖아.

 

 오늘을 살았잖아! 그것도 함께 보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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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아침이 됐어!

생활2023. 5. 13. 07:16

 

  벌써 아침이 됐어!!

 

  일어나자마자 창밖을 내다보며 아이가 외친 말이다.

 

 

  아침은 해가 뜨면 자연히 오는 시간이지만,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지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자전한 끝에 우리에게 돌아온 시간이지만 그런 시간의 과정을 일곱 살의 아이가 알 리도 없고 아이에게 중요하지도 않다. 어쨌든 아침이 돼버린 것. 그것도 벌써

 

 

  ‘벌써는 어떤 일이 예상보다 일찍 이루어졌을 때 쓸 수 있는 부사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번씩, 아니 무수히 많이 벌써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아이가 이제 막 입원을 했을 때, 순하고 말랑말랑한 속살에 파묻힌 혈관을 찾아 주삿바늘을 꽂는 것부터가 막막한 일일 때그 때서부터 이 아이가 말끔하게 나아 집으로 돌아가고 놀이터에서 다시 뛰노는 시간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 집 아이는 벌써 나아서 퇴원한 거야? 그런 말을 듣는 게 최고의 덕담인 그 순간을 말이다. 그런데 아이는 아직그런 시간이 오지 않았음을 알리려는 듯 병실이 떠나가라 울었다. ‘이제겨우 주삿바늘을 아이 손등에 꽂는 첫 번째 관문을 지난 것이다.

 

 

  거의 혼절하다시피 잠든 아이를 보며 이 아이가 언제 다 클까, 생각하니 그 시간이 더 막막해졌다. 아이가 하루하루 조금씩 자랄 걸 알면서도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수액 방울 소리의 간격만큼이나 멀고 아득한 느낌이었다.

 

  투명한 약물이 작은 몸속으로 꿈틀거리며 들어가 나쁜 세균과 싸우고 있었고 그것은 아이가 치르는 첫 번째 내전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 내전의 상처를 이겨낸 아이는 더 단단한 몸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보다 더 빈번히 일어나는 외전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그 때가 되면 나는 아이의 몸을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해주겠노라고. 벌써 이렇게나 컸어?!

 

 

  아이는 어느 순간에 벌써퇴원했고 다시 어린이집에 갔고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탔다. 그 단순한 놀이를 지치지도 않고 여러 번. 벌써 이렇게 컸어? 나 대신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해주는 이웃들이 있었다. 아이가 자라나는 시간을 가까이서 오랫동안 지켜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가 갖고 있는 벌써라는 시점의 시간을 마구 자랑하고 싶었다. 아직도 오지 않은 시간들이 창창한데도 말이다.

 

 

  아이에게도 그 시간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자신이 잠든 긴긴 한밤을 스스로 지켜보지 않은 아이에게, 그래서 벌써아침이 된 거라고, 와락, 안기만 해도 왈칵, 하고 쏟아지는 것들이 아직도 한참이나 남은 내가, 더 많은 벌써의 시간을 이렇게 진작부터 갖고 싶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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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감정 표현이 남다른 아이였다. 엄마 품에 안겨서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몸부림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울곤 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를 때가 많았고, 아이보다 더 절망적인 표정으로 화를 낼 때도 있었다.(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그 순간에는 왜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

 

  잠시 외출한 엄마를 찾으며 집이 떠나가라 울었던 적이 있다. 엄마, 금방 올 거야. 괜찮아, 라고 달래도 소용없었다. 말을 알아들을 시기가 아니었으니까. 아니, 아빠가 말한 의미를 알고 있다고 해도, 아이는 그 말을 수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당장 엄마가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진, 아빠를 괴롭힐 거야, 하고 마음먹은 것처럼 질질 짜고 뭔가를 집어던지고 그랬다. 그러던 아이가 조금씩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떼를 쓰는 일이 많고(특히 아빠에게, 아니 오직 아빠에게만. ㅜ), 소심하게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지만, 아이는 화나거나 울고 싶은 마음을 예전처럼 과하게 표출하지 않는다.

 

  어느 날은 유치원에서 감정에 대해 배웠던 모양이다.

  엄마는 화나. 도도는 슬퍼. 엄마는 기뻐. 도도도 기뻐.

  유치원에서 배워온 감정 표현의 말을 종일 반복했다고 한다. 아이의 말놀이는 오래 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가 그 말들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 싶었지만, 그 순간만 그러고 말았던지, 아빠 앞에서는 한 번도 그런 말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씻기고 막 욕실을 나서려는 순간, 아이가 물비누를 짜서 제 팔뚝에 발랐던 모양이다. 엄마도 모르게,

 

  도도야!! 다 씻어놓고 그러면 어떡해!! 라고 소리쳤나 보다.

  그랬더니,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엄마 화나, 아니야. 엄마 기뻐야. (엄마, 화내지마, 엄마는 웃어야 돼.)라고 말했다고 한다. 엄마는 그런 아이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아이를 놀래킨 게 미안하기도 해서,

  그래, 엄마 화나, 아니야, 기뻐야, 라고 말하면서 아이를 안아줬다고 한다. 아이의 심장이 빨리 뛰고 있었다고 한다. 쿵쿵. 아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상에 둘도 없이 자기만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자신에게 화가 났다는 사실을 견디기 힘든 모양이다.

 

  오늘도(2017.8.31)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역시 아이를 씻기고 몸을 닦아주고 침대에 잠깐 앉혀놓고 잠깐 뭔가를 하는 사이, 아이는 제 손목에 선블록을 바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 순간에도 아이가, 뚜껑을 열고 밑면의 롤을 돌려 고체 형태의 블록을 돌출시켜 그걸 발랐을까? 하고 의심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했단다.)

  당황한 엄마는 이번에도 도도야!! 라고 비명을 지르듯 아이를 부른 모양이다. (엄마는 자주 당황하고, 아무 일도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떤다. 긴급재난문자보다 엄마의 외마디가 아빠를 더 놀라게 한다.)

  순간적으로 움찔한 아이는 자신이 하고 있던 놀이를 멈추고, 엄마를 보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엄마, 기뻐야. 라고, 말했단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기쁜 말인가. 비록 자신의 의도를 어법에 맞지 않게 표현한 것이지만, 아이의 말을 그대로 풀어보면, 엄마는 기쁨이라는 뜻이 된다. 아이에게 엄마는 기쁨이지, 슬픔이나 화남은 아닌 것이다. 엄마에게도 마찬가지다. 엄마에게 자신은 기쁨이다. 엄마가 화난 표정으로 자신을 부르면 마음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는 것이다.

  엄마, 이 정도의 일로 ‘슬픔’이면 어떡해. 우린 서로에게 ‘기쁨’이잖아.

  아이는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이보다 우리가 더 감정 표현이 서툰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잊어버렸던 기쁨이라는 감정을 시시때때로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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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엄마에게 인사해. 라고 하면 아이는 고개를 얼른 숙이고 쭈따쭈따, 라고 말한다. 이 때의 쭈따쭈따는 다녀올게요, 라는 뜻이다.

 

  집에 오는 길에 노래를 부르면서도 쭈따쭈따, 를 외친다.

 

  주의 말씀은, 쭈따쭈따!!

 

   이 때의 쭈따쭈따는 내 발에 등이요, 라는 뜻이 된다.

 

  쭈따쭈따는 아이의 모든 말이다.

  아이가 이상하게 말할 때마다 귀엽다고 웃어 넘기지 말고, 바르고 정확하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육아서에서 수도 없이 보았지만, 아이는 이상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주술처럼 신비스럽게, 비밀처럼 은밀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일종의 놀이이다. 말을 가지고 노는 놀이. 아이가 작고 야무진 입술로 만지는 말들이 나에게는 새로운 의미가 된다.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으나,)

 

  어떤 날은 전혀 맥락 없이,

  아빠, 쭈따쭈따! 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쭈따쭈따가 뭐야, 알려줘, 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아니야, 쭈따쭈따, 안 알려줄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쭈따쭈따는 지금 아이가 쓰고 있는 자신만의 방언인 셈이다.

 

 

  *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곰돌이가 걸어갔어요.

 

    아마, 곰돌이와 노는 꿈을 꾸었나보다.

 

    진지할 땐 정확하게 표현한다.

    왜 곰돌이 때문에 진지해지는 건지 아빠는 아직 잘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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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노래

생활2017. 6. 8. 02:15

  아이는 노래를 자주 부른다. 거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부르기도 하고, 잠자리에 누워서 한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다가 잠들기도 한다. 차를 타고 나들이 가는 동안 노래를 부르고, 집에 돌아오면서 또 노래를 부른다.

 

  아빠가 알려준 노래도 부른다. 아빠가 알려준 노래는 '귀여워', '아빠와 크레파스', '카드캡터 체리' 등이다. 사실 아빠가 몇 번 불러주기도 했지만, 아이의 사진들을 모아 노래를 깔고 이미지 영상을 만든 걸 수시로 보고 배운 노래들이다.

 

  뽀로로와 친구들이 알려준 노래 중에선 '고래의 노래'를 즐겨부른다. 유튜브 채널에서 독학으로 배운 노래도 있다.

  '핑거송'과 '상어가족'이다. 핑거송은 돌 때부터 영상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종종 본다. 한참 그 영상을 볼 땐 엄마, 아빠의 손가락에 무엇이든 끼우려고 했다. 그게 장난감 반지일 때도 있었지만 다 먹은 요구르트병을 끼워놓기도 하고, 아이클레이 덩어리를 붙여놓기도 했다. 그러곤 엄마, 아빠의 손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마미핑거마미핑거웨어아유, 히얼아이엠 히얼아이엠, 하우두유두.

 

  좀더 컸다고 느껴졌을 때가 '상어가족'을 부르며 율동까지 했을 때다. 율동을 잘 모르던 아빠는 아이가 그냥 손장난을 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아이는 아가상어, 엄마상어, 아빠상어, 할머니, 할아버지 상어에  맞게 손동작을 하고 율동을 따라했던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올챙이'을 배워왔는지 그 노래를 흥얼거린 적도 있다. 아니, 아이는 흥얼거린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다만 우리에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을 뿐. 엄마와 아빠가 있었고 이모가 있었다. 우리 셋은 아이가 부르는 노래가 무엇일지 골똘히 생각했다. 엄마와 이모는 금세 포기했지만 아빠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참 만에 아빠가 생각한 정답은 '올챙이송'. 아이는 올챙이송을 부르고 있었다. 부정확한 발음과 이상한 음정이었지만 그 노래는 올챙이송이었다. 아이가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알아맞힌 아빠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아빠를 보면 나도 몰래 달려가

 안기고 싶어.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으음, 사랑이죠.

 

   요즘에 아이가 자주 부르는 노래이다.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다.

 

   노래를 부르던 아이가 묻는다.

   아빠를 보면 나도 몰래 달려가 안기고 싶어, 왜 그럴까?

   아이가 노랫말을 풀어서 자신의 질문인 것처럼 물어보는 것이다. 

 

   희담이를 보면 나도 몰래 달려가 안아주고 싶어. 그 마음과 똑같은 이유일 거야.

 

   아빠는 설명했지만, 아이는 ????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아빠를 쳐다보다가 노래를 이어 부른다. (진짜로 물어본 게 아니라는 듯이)

 

   으음, 사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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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줄게

생활2017. 6. 3. 13:04

1.

 

 엄마와 나들이를 나가는 차 안, 엄마를 물끄러미 보던 아이가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너무 예뻐!!

 

 엄마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다.

 

 어머, 희담아, 그런 말은 언제 배운 거야.

 

 엄마는 하루종일 설렌다.

 혼자서만 좋아하던 친구에게 마침내 고백을 받은 소녀처럼.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해주고,

 엄마의 엄마에게도 말해준다. 자랑처럼.

 

 엄마, 희담이가 나 예쁘대.

 

 언니에게도 말하고, 조카들에게도 말해준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서도 호들갑이다.

 

 

 아이의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엄마의 하루를 들뜨게 한다.

 

 

2.

 

 아이의 신발을 신기고 엄마는 오늘은 뭘 신지? 고민한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해줄게, 하며

 아이가 제 엄마에게 신발을 신겨준다.

 어제 신었던 그 신발은 안 신으려고 했던 엄마지만,

 아이가 하는 대로 내버려둔다.

 아이가 신겨주는 신발은 세상에서 딱 한 켤레밖에 없는 신발이다.

 꼬물거리는 손가락이 뒤꿈치에 닿을 때마다 엄마는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다. 

 그래서 웃고 만다.

 

 엄마가 웃자 저도 따라 웃는다.

 엄마가 울면 아이도 따라 운다.

 엄마의 얼굴은 자신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다.

 

 아이가 손을 뻗어 엄마의 얼굴을 만진다.

 더 환하게 웃어보라고 거울을 닦는 중이다.

 

 

3.

 

  내가 안아줄게, 하며 안아준 일도 있다.

 

 

  언젠가 아이에게,

 

  언제나 엄마, 안아주고 지켜줘야 해.

 

  아빠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아빠는 뭉클하고,

  엄마는 심쿵,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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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쮸를 찾아줘!!

생활2017. 5. 30. 11:28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엉엉 울기 시작한다.

 

  책방에서 쓰러져 잠들었던 나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깼다. 울음소리는 크다. (알람소리가 아이의 울음소리로 만들어진 것도 있던가? 있다면 아주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일어나기 직전에 꾸었던 꿈에서 아이는 마이쮸를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 그걸 먹으려고 했겠지? 꼬물꼬물 은박을 벗겨내고 분홍빛 캬라멜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이었겠지. 그런데 그걸 땅바닥에 흘렸을까.

 

  눈을 떠보니 마이쮸가 온데간데없는 것이다. 침대 여기저기를 찾아보았겠지. 엄마 치맛자락도 들춰보고 홑이불도 걷어보았겠지. 아무리 찾아도 마이쮸가 보이지 않아서 아이는 슬펐던 것읻.

 

  이상한 일이잖아.

 

  분명 손에 쥐고 있었는데,

 

  어디 간 거야, 내 마이쮸!!!

 

  마이쮸, 를 외치며 아이가 운다.

 

  아직은 자신이 꾸었던 꿈과 꿈에서 깨어난 직후의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다.

 

  엉엉 우는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온다.

 

  거실에는 책들이 늘어서 있다.

  아이는 자신이 읽은 책들을 일렬로 늘어놓는 걸 좋아한다. 그것도 열을 정확히 맞춰서.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에게,

  아빠가 묻는다.

 

  이거 (쭉 늘어서 있는 책들) 누가 한 거지?

 

  아이는 울음을 그칠 듯 말 듯하다가

  책들을 본다.

 

  그러곤 그 중에 책 하나를 집는다.

 

  아이가 요즘에 좋아하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책이다. 그 책을 품에 안으면서 아이가 말한다.

 

  "희담이가 했지!!"

 

  어느새 아이의 울음은 멎었다.

 

  이 아침의 일이,

  꿈 속의 일인지

  아니면 현실 속의 일인지

 

  아빠는, 어젯밤 읽은 책을 다시 훑어보는(책장을 그냥 넘기는 수준) 아이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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