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내가 해줄게

생활2017. 6. 3. 13:04

1.

 

 엄마와 나들이를 나가는 차 안, 엄마를 물끄러미 보던 아이가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너무 예뻐!!

 

 엄마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다.

 

 어머, 희담아, 그런 말은 언제 배운 거야.

 

 엄마는 하루종일 설렌다.

 혼자서만 좋아하던 친구에게 마침내 고백을 받은 소녀처럼.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해주고,

 엄마의 엄마에게도 말해준다. 자랑처럼.

 

 엄마, 희담이가 나 예쁘대.

 

 언니에게도 말하고, 조카들에게도 말해준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서도 호들갑이다.

 

 

 아이의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엄마의 하루를 들뜨게 한다.

 

 

2.

 

 아이의 신발을 신기고 엄마는 오늘은 뭘 신지? 고민한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해줄게, 하며

 아이가 제 엄마에게 신발을 신겨준다.

 어제 신었던 그 신발은 안 신으려고 했던 엄마지만,

 아이가 하는 대로 내버려둔다.

 아이가 신겨주는 신발은 세상에서 딱 한 켤레밖에 없는 신발이다.

 꼬물거리는 손가락이 뒤꿈치에 닿을 때마다 엄마는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다. 

 그래서 웃고 만다.

 

 엄마가 웃자 저도 따라 웃는다.

 엄마가 울면 아이도 따라 운다.

 엄마의 얼굴은 자신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다.

 

 아이가 손을 뻗어 엄마의 얼굴을 만진다.

 더 환하게 웃어보라고 거울을 닦는 중이다.

 

 

3.

 

  내가 안아줄게, 하며 안아준 일도 있다.

 

 

  언젠가 아이에게,

 

  언제나 엄마, 안아주고 지켜줘야 해.

 

  아빠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아빠는 뭉클하고,

  엄마는 심쿵,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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