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마이쮸를 찾아줘!!

생활2017. 5. 30. 11:28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엉엉 울기 시작한다.

 

  책방에서 쓰러져 잠들었던 나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깼다. 울음소리는 크다. (알람소리가 아이의 울음소리로 만들어진 것도 있던가? 있다면 아주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일어나기 직전에 꾸었던 꿈에서 아이는 마이쮸를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 그걸 먹으려고 했겠지? 꼬물꼬물 은박을 벗겨내고 분홍빛 캬라멜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이었겠지. 그런데 그걸 땅바닥에 흘렸을까.

 

  눈을 떠보니 마이쮸가 온데간데없는 것이다. 침대 여기저기를 찾아보았겠지. 엄마 치맛자락도 들춰보고 홑이불도 걷어보았겠지. 아무리 찾아도 마이쮸가 보이지 않아서 아이는 슬펐던 것읻.

 

  이상한 일이잖아.

 

  분명 손에 쥐고 있었는데,

 

  어디 간 거야, 내 마이쮸!!!

 

  마이쮸, 를 외치며 아이가 운다.

 

  아직은 자신이 꾸었던 꿈과 꿈에서 깨어난 직후의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다.

 

  엉엉 우는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온다.

 

  거실에는 책들이 늘어서 있다.

  아이는 자신이 읽은 책들을 일렬로 늘어놓는 걸 좋아한다. 그것도 열을 정확히 맞춰서.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에게,

  아빠가 묻는다.

 

  이거 (쭉 늘어서 있는 책들) 누가 한 거지?

 

  아이는 울음을 그칠 듯 말 듯하다가

  책들을 본다.

 

  그러곤 그 중에 책 하나를 집는다.

 

  아이가 요즘에 좋아하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책이다. 그 책을 품에 안으면서 아이가 말한다.

 

  "희담이가 했지!!"

 

  어느새 아이의 울음은 멎었다.

 

  이 아침의 일이,

  꿈 속의 일인지

  아니면 현실 속의 일인지

 

  아빠는, 어젯밤 읽은 책을 다시 훑어보는(책장을 그냥 넘기는 수준) 아이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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