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아기고등어는 엄마고등어를 따라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아기고등어는 바닷속을 헤엄치는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자꾸 무서워졌습니다. 이러다가 엄마를 놓치면 어떡하지? 아기고등어는 무서움을 꾹 참고 엄마고등어의 커다란 지느러미를 보면서 앞으로 계속 헤엄쳐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앞서 헤엄쳐 가던 다른 물고기들이 방향을 돌려 이쪽으로 헤엄쳐 오고 있었습니다. 어서 도망쳐! 상어가 오고 있어. 한 아줌마고등어가 엄마고등어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엄마고등어는 재빨리 몸통을 돌려 방향을 바꿨습니다. 아가야, 어서 도망치자!! 잠깐 뒤를 돌아보았는데 상어의 커다란 아가리 속으로 어린 물고기들이 빨려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기고등어는 더 무서워졌습니다. 뒤돌아보지 말고 빨리 헤엄쳐!! 아기고등어는 죽을 힘을 다해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헤엄치다 보니 어느새 바닷속은 조용해져 있었습니다. 그 때서야 아기고등어는 엄마고등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엄마, 엄마!!! 아기고등어는 무서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아기고등어야, 여기서 왜 혼자 있니? 아기고등어가 눈을 돌려보니 도미아줌마가 옆에 와 있었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렸어요. 도미 아줌마의 말에 아기고등어는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상어에게서 도망치다가, 엄마를 잃어버렸어요. 에그머니나, 상어가 나타났었어? 아이고, 어떡하나. 나도 얼른 집에 가봐야겠어. 도미아줌마는 급하게 몸을 돌렸습니다. 그러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기고등어야, 미안하구나. 하지만 엄마는 이 바닷속에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마. 도미아줌마는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바닷속을 헤엄쳐 갔습니다. 도미아줌마가 먼 바닷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래, 엄마는 이 바닷속에 있어! 아기고등어는 꼬리지느러미에 힘을 꽉 주고 앞으로 헤엄쳐 나갔습니다.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거야! 잠을 못 자겠네!! 그 때 누군가 고함을 쳤습니다. 바닥을 내려다보니 껍데기 밖으로 몸을 내민 대왕조개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바닷속을 헤엄쳐도 만나기 힘든 게 대왕조개할아버지라고 엄마고등어가 말해주었던 게 떠올랐습니다. 아기고등어는 대왕조개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바닷속이 소란스러워진 이유를 말해주었습니다. 허허, 아직 어린 것이 참 똑똑하구나. 그래, 엄마를 찾고 있다고? 뜻하지 않게 칭찬을 들은 아기고등어는 등뼈를 으쓱해 보이며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곧 찾을 거다. 대왕조개할아버지는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말했습니다. 이 바다는 너무나 넓은데 어떻게 금방 찾을 수 있죠? 아기고등어가 자신없어 하자 대왕조개할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건 너의 푸른 등 때문이란다. 본래 고등어들이 다 그런데 너희 고등어들은 이 바다의 푸른 물살과 연결돼 있어. 그래서 그 물살을 향해 헤엄치다 보면 만나고 싶은 고등어들을 다 만날 수 있단다. 아기고등어는 대왕조개할아버지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엄마를 만나게 될 거라는 말은 믿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왕조개할아버지, 아기고등어는 대왕조개할아버지를 향해 지느러미를 흔들며 인사했습니다. 그래, 난 잠을 더 잘 테니 너는 어서 엄마를 찾아보거라. 대왕조개할아버지는 커다란 껍데기 속으로 몸을 밀어넣고 윗 껍데기를 닫았습니다. 그래, 어쨌든 푸른 물살을 따라 헤엄쳐 가면 되는 거야. 아기고등어는 바닷속에서 이는 물결을 따라 헤엄쳐 갔습니다. 바닷속 물결에 몸을 맡긴 기분이었습니다. 아기고등어의 몸은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바다 위를 향해 조금씩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기고등어의 머리가 바다 위로 떠올랐습니다. 바닷속 작은 물결들이 모이고 모여 바다 위 큰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아기고등어는 그 큰 물결을 따라 다시 헤엄쳤습니다. 처음에는 바다 위 큰 물결이 아기고등어를 삼키는 것 같았지만 나중에는 아기고등어의 지느러미를 따라 큰 물결이 일렁이는 것 같았습니다. 아기고등어는 더욱 힘차게 지느러미를 움직였습니다. 큰 물결들이 일어서 바다 위로 떨어지는 순간 마치 바닷길이라도 난 것처럼 가지런해졌습니다. 아기고등어는 환하게 열린 바닷길 끝에 자신을 향해 헤엄쳐 오는 엄마고등어의 푸른 등살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