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유치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엄마에게 인사해. 라고 하면 아이는 고개를 얼른 숙이고 쭈따쭈따, 라고 말한다. 이 때의 쭈따쭈따는 다녀올게요, 라는 뜻이다.

 

  집에 오는 길에 노래를 부르면서도 쭈따쭈따, 를 외친다.

 

  주의 말씀은, 쭈따쭈따!!

 

   이 때의 쭈따쭈따는 내 발에 등이요, 라는 뜻이 된다.

 

  쭈따쭈따는 아이의 모든 말이다.

  아이가 이상하게 말할 때마다 귀엽다고 웃어 넘기지 말고, 바르고 정확하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육아서에서 수도 없이 보았지만, 아이는 이상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주술처럼 신비스럽게, 비밀처럼 은밀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일종의 놀이이다. 말을 가지고 노는 놀이. 아이가 작고 야무진 입술로 만지는 말들이 나에게는 새로운 의미가 된다.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으나,)

 

  어떤 날은 전혀 맥락 없이,

  아빠, 쭈따쭈따! 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쭈따쭈따가 뭐야, 알려줘, 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아니야, 쭈따쭈따, 안 알려줄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쭈따쭈따는 지금 아이가 쓰고 있는 자신만의 방언인 셈이다.

 

 

  *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곰돌이가 걸어갔어요.

 

    아마, 곰돌이와 노는 꿈을 꾸었나보다.

 

    진지할 땐 정확하게 표현한다.

    왜 곰돌이 때문에 진지해지는 건지 아빠는 아직 잘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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