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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와의 3연전을 시리즈 스윕으로 마무리한 기아타이거즈는 롯데자이언츠와의 원정 3연전을 맞이합니다. 윤석민 선수의 복귀 후 두 번째 선발 등판. 이에 맞서는 롯데자이언츠의 선발은 듀브론트였습니다. 지난 두산전에서 윤석민이 보여준 피칭만으로는 선전을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4~5점 정도를 실점하고 듀브론트를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윤석민은 번즈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고 5이닝을 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고 맙니다. 승리를 기대했지만 승리를 예상하거나 확신한 건 아닙니다. 야구가 원래 그러니까요. 양현종이나 헥터 노에시와 같은 현재 타이거즈의 원투펀치가 마운드에 올라도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데, 하물며 오랜 공백 끝에 복귀했고 지난 등판에서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윤석민의 선발 경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하위권으로 내려앉은 롯데자이언츠를 상대로 한 경기였지만 분명 선발 매치업에서 밀리는 경기였습니다. 찬스 때마다 타자들이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좋은 기회들이 무산되면서 9:1로 경기가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8회 버나디나가 솔로홈런을 터트렸고 9회 뒷심을 발휘하며 유민상의 투런홈런을 포함, 4점을 더 보태 9:6의 스코어를 만들었습니다. 경기 후반(특히 9회)만 되면 전혀 득점을 뽑아내지 못했던 타이거즈의 타격 리듬을 생각하면 8, 9회의 5득점은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졌습니다. 아프지 않은 패배는 없으나, 패배보다 더 뼈아픈 건 타이거즈의 내홍이었습니다.

  6월 8일(금), 임창용과 정성훈 선수, 그리고 이대진 코치가 2군으로 내려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무런 잡음이 들리지 않았고, 감독의 적극적인 코멘트가 있었다면 ‘내홍’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6월 7일(목)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기아타이거즈갤러리에 임창용 선수와 정성훈 선수가 2군으로 내려갈 거라는 정보가 올라왔습니다. 임창용 선수가 이대진 코치와 김기태 간의 갈등이 있었고, 이에 김기태 감독이 정성훈 선수를 묶어 세 명을 2군으로 내려보낼 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커뮤니티 특성상 그 내용을 곧이곧대로 신뢰하진 않았지만, 다음 날 거짓말처럼 두 명의 배테랑과 투수코치가 말소되었습니다.

  팀은 4연승 중이었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는 코멘트 외엔 별다른 해명이 없었습니다.

  http://osen.mt.co.kr/article/G1110920643

  임창용 선수는 어깨에 담이 있다는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 있었고, 정성훈 선수에겐 휴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코멘트가 있었습니다.

  http://osen.mt.co.kr/article/G1110920759

  현재 정성훈 선수에게 휴식이 필요한가, 라는 의문은 일단 제쳐두기로 합니다. 더 중요한 건 임창용의 말소입니다. 어깨에 담 증세가 있다는 건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고, 김기태 감독은 임창용의 말소에 대해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스포츠조선 기사에서는 김기태 감독이 임창용의 말소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고 했습니다. 임창용 선수의 담 증세는 구단 관계자가 논란을 의식해 임의적인 변명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로 임창용 선수에게 담 증세가 있었다면 김기태 감독도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말을 아끼는 대신, 임창용 선수의 어깨 이상을 분명히 언급했을 테니까요.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806080100070020005236&servicedate=20180608

 

  분명히 말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정황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썰’을 더욱 신뢰하게 만듭니다. 많은 팬들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말소 정보가 부산으로 이동 중인 선수나 코칭스태프로부터 흘러나온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팬들이 아무리 인맥이 좋아 팀 내부 사정에 촉각을 곤두세워도 새어나올 만한 정보가 있고 그럴 수 없는 정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침 수원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 그 시간대에 커뮤니티를 통해 흘러나온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서 언급된 것처럼 두 명의 베테랑과 한 명의 코치가 말소되었습니다. 이대진 코치의 말소야 그렇다치더라도 기아타이거즈의 현재 절대 전력인 마무리 임창용 선수와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대타요원인 정선훈 선수를 중요한 시기에 2군에 내려보냈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커뮤니티 정보에 따르면 임창용 선수와 코치, 감독 간의 언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기태 감독이 투수들에게 원하는 보직을 써내라고 했다는 걸 보면 투수들의 보직 문제 때문에 생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정말로 추론해야 합니다. 임창용 선수는 투수조 최고선임으로서 후배들의 고충을 피력했을 것입니다. 이대진 코치는 팀 사정상 투수들의 보직을 변칙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을 것이고, 어느 순간에 김기태 감독이 개입했겠지요. 김기태 감독은 단단히 화가 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거라면) 김기태 감독이 굳이 화를 낼 필요가 있었을까요? 야구시스템이 선진화되면서 투수들에게 보직이 생겼고, 투수들은 적어도 내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등판할지 예측하며 스스로의 루틴을 만들어갑니다. 야구는 멘탈의 스포츠라서 그 루틴이 지켜지느냐, 그렇지 않고 흔들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임창용 선수가 많은 것을 요구한 건 아닐 것입니다. 항의가 아니라 건의를 했을 확률이 높고요. 그런데 결과는 2군행입니다. 이 과정에서 임창용 선수가 은퇴까지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래서 감독의 대처가 참 아쉽습니다.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선수단의 항명으로 이해했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지금처럼 소통이 강조되는 시대에 ‘항명’이라는 말이 가당키나 합니까.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형님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간다고 정평이 나 있는 김기태 감독이지만, 그는 알려진 바와 달리 무소불위 권력으로써 팀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감독인 거죠. 아무리 화가 나도 팀을 더 우선시해야 합니다. 당장 임창용 선수와 정성훈 선수를 최소 10일 정도 전력에서 배제시킴으로써 팀은 몇 경기를 더 손해보게 될까요? 감독이 책임진다고요? 임창용과 정성훈이 없어서 달성하지 못한 1승, 상대팀에게 내준 1패, 그것을 어떻게 책임을 질 수가 있습니까. 김기태 감독이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1, -2, -3은 곧바로 만회되지 않습니다. 감독이 책임진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 김기태 감독은 책임진다는 말의 의미를 분명히 알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모든 게 오해이길 바랍니다. 억측이고 낭설이길 바랍니다. 그러나 아무리 양보해도 모든 합리적 의심을 깨끗이 지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할 수 있다면 더 명확하게 해명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의 과(過)가 있으면 시인하고 인정하길 바랍니다.

 

  어제 경기에서의 1패보다 더 아픈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팀을 우리가 버릴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경기의 패배 이외에 다른 이유로 슬퍼할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