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2017 시즌 통합우승, 기아타이거즈.

 

타이거즈는 2018 시즌에도 우승후보이다. 전문가들도 10개구단 팬들도 타이거즈를 우승후보로 거론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최근 4연패, 5할 승률에서 다시 ‘-1’이 되었다. 넥센히어로즈와의 3연전을 모두 가져왔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LG트윈스에게 루징을 당한 충격(이라고 하기엔 과하고 찜찜함 정도)을 잊고 초반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그 때 이미 3위였고, 선두권으로 분류되었다.)

이어 만나는 팀이 다소 전력이 약한 한화이글스였으므로 최소한 ‘위닝(+1)’을 기대했다. 한승혁이 오랜만에 선발로 등판한 4월 10일 경기, 한승혁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으나 타격에서의 응집력이 부족했다. 우리 타자들은 많은 안타를 쳐냈으나 득점을 생산하지 못했고, 상대 타자들은 그걸 해냈다. 경기의 승패는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데서 갈렸다.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호잉을 막지 못했다. 더 냉정히 말하면 호잉을 돌려세울 만한, 가용한 투수자원이 없었다. 타이거즈의 불펜은 ‘김윤동-임창용-김세현’ 정도의 조합으로 구축되는 듯했으나 부진한 김윤동을 대신해 임기준과 박정수가 임창용 앞뒤로 던지고 있는 추세다. 한화와의 첫 경기는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는 불펜진의 약점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4월 11일 경기는 정용운이 선발로 나섰으나 오래 버티지 못했다. 이어 등판한 이민우, 작년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그는 불필요한 중압에 시달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민우가 꾸역꾸역 고비를 잘 넘기며 버텼고, 5회 최형우의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런데 이민우가 크게 흔들리면서 다시 역전을 내주었고,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안 좋을 때의 임기준의 모습을 팬들은 정확히 알고 있다. 앞으로 그런 모습이 노출되었을 때 코칭스태프에서 좀더 빨리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4월 12일, 선발은 헥터 노에시였다. 그의 1회 투구를 지켜보며 직감했다. 헥터가 시즌에 한두 번 크게 무너지는 경기가 있는데, 올 시즌은 ‘오늘’일 거라고.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헥터 노에시는 무려 7실점을 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원투펀치가 무너진 경기는 별다른 코멘트를 남길 수 없다. 이 날 경기 결과는 뉴스로 확인했다. 무려 2083일만에 한화이글스에게 스윕패를 당한 날이었다.

 

4월 13일, 롯데자이언츠를 맞아 양현종이 분전했지만 (그래서 더욱 이길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이 날 패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불펜에 있다. 최악의 투구였다.

 

4월 14일,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었다. 잘 된 일이다. 어수선하고 침체된 분위기를 잘 추슬러 경기를 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