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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이후

소품2023. 7. 8. 11:01

  헤어지는 것도 다정했으면 좋겠다.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 헤어지고 나서도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충분히 그리운 사람이었다. 그리움의 목적이 꼭 만남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멀어지기 위해 그리워할 수도 있다.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를 받아들이면서, 그 거리를 애써 좁히려 하지 않으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를 대하던 자신의 모습과 마음과 태도를 생각하는 것이다. 굳이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서도 우리는 충분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그런 모습들을 좋아했었다. 우리는 충분히 그런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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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졌어.

 

그럼 누가 이긴 거야?

 

 

20230618, 아이의 말

 

 

 해가 지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다.

 

 <모순>(양귀자)에 등장하는 진진의 아버지의 말을 빌리자면, 해질녘에 서성이고 있으면 안 된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슬퍼보이니까' 그런다고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집으로 돌아가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진 것인지 생각한다.

 

 그러다가

 

아이의 말을 따라해본다.

 

해가 졌어.

그럼 누가 이긴 거야?

 

 

우리가 이긴 거지. 우리는 이렇게 집에 들어와 해가 지는() 풍경을 보고 있잖아.

 

 오늘을 살았잖아! 그것도 함께 보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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