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이별 이후

소품2023. 7. 8. 11:01

  헤어지는 것도 다정했으면 좋겠다.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 헤어지고 나서도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충분히 그리운 사람이었다. 그리움의 목적이 꼭 만남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멀어지기 위해 그리워할 수도 있다.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를 받아들이면서, 그 거리를 애써 좁히려 하지 않으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를 대하던 자신의 모습과 마음과 태도를 생각하는 것이다. 굳이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서도 우리는 충분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그런 모습들을 좋아했었다. 우리는 충분히 그런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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