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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이글스의 신성현 선수는 정든 팀을 떠나는 게 어려웠다. 동료들에게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고양원더스에서부터 자신을 지켜봐준 김성근 감독에게도 똑같은 말을 전했다. 한번도 타이거즈의 일원인 적이 없고 다만 상대팀 선수로만 봐왔던 선수지만, 그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안타까웠다.

 

  노수광 선수도 김기태 감독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울먹거렸다. 타이거즈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신이 성장한 팀에 남아 자신의 이름을 팬들의 마음속에 더 강하게 각인시키고 싶은 꿈이 있었다.

  이홍구 선수는 트레이드된 이후, 어느 기자에게 기아는요? 라며 타이거즈 경기 결과를 묻기도 했다. 옷을 갈아입고도 아직 마음까지는 완전히 이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이 4:4 트레이드 이후, SK도 잘 나가고 기아도 잘 나간다는 것이다. 이홍구 선수는 팀의 연승 과정에서 결승타를 때려내기도 하고 홈런 세 개를 몰아치면서 팀 승리에 기여하였다. 노수광 선수도 이적 이후 몇 경기에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잠깐의 부침을 겪고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노수광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충격적인 이별이었을 테지만, 노수광 선수도 그렇고 이홍구 선수도 그렇고 팀에 잘 적응하고 있다. 신성현 선수도 그럴 것이다. 신성현은 어제 삼성라이온스와의 경기에서 11회말 대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안타 하나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타석에서 많은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산베어스의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들어서는 타석에서 자신을 선택해준 팀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을 것이다. 신성현이 받아친 공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김헌곤 선수가 빠르게 달려와 미끄러지며 그 공을 받아냈다. 아쉬운 플라이볼이 되었다. 신성현 선수의 허탈한 표정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신성현 선수의 모습을 카메라가 비추고 있었다.

 

  그래도 잘했어.

 

  동료들은 그렇게 위로해줬을 것이다. 이제 막 팀을 옮겨온 그의 마음을 모르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잘했어, 어깨를 토닥거리며 하는 말이, 잘 왔어, 라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팀을 옮겨온 선수만 이별을 경험한 게 아니라, 그를 맞이하는 선수들도 그 날 이별을 경험한 당사자들이다. 그들은 떠나보낸 최재훈 선수를 생각하며 아쉬워하기보다는, 새롭게 만나게 된 신성현 선수를 반갑게 맞이하고 그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주었을 것이다.

 

  마냥 슬퍼하고 안타까워만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어제도 롯데자이언츠와 KT위즈 간의 트레이드가 발표되었다. 오태곤 선수와 장시환 선수에게 초점이 맞춰진 트레이드였다. 오태곤 선수가 펑펑 울었다는 말을 듣고 또 가슴이 아파졌다.

 

  하지만 하룻동안 그는 평정을 되찾았을 것이다. 노수광이 그랬듯, 이홍구가 그랬듯, 김민식과 이명기가 그랬듯. 그리고 신성현 선수와 최재훈 선수가 그랬듯이.

 

  웃으면서 오늘의 경기를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