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타이거즈를 지켜줘!!

 

 

  전문가들은 기아타이거즈가 두산베어스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라고 점찍었다. 팬들 역시 기대를 모았다. 최형우 선수가 영입되었고, 양현종, 나지완 선수가 잔류했다. 새로운 외인, 팻딘과 버나디나 선수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무엇보다 김선빈, 안치홍 선수가 군 제대 후 풀타임을 치르는 해였다.

  김주찬, 이범호, 서동욱, 김주형 선수에 노수광 선수까지, 2016년 좋은 기억을 준 선수들이 대기하는 타선을 보고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불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수없이 노출된 불안요소가 있었다. 기대대로 양현종, 헥터, 팻딘 선수까지 3선발은 문제가 없었으나, 4, 5선발과 불펜이 문제였다. 4, 5선발로 기대를 받았던 홍건희, 김윤동 선수는 4월 2일 삼성라이온스 전에서 무너졌다. (임기영이 4월 6일 SK와이번즈 전에서 호투를 펼친 건 다행이었으나 오늘 4월 12일 두산베어스 전에서 다시 한번 검증이 필요하다.)

 

  홍건희 선수는 4월 11일 두산베어스 전에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팬들을 더 좌절시킨 건 선수의 부진보다 코칭스태프의 투수진 운용이었다.

  홍건희 선수가 3실점을 한 뒤 타선은 2득점을 올렸다. 이 날 경기를 잡기 위해선 김윤동 선수가 조기 투입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홍건희 선수는 3회에도 그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결국 주자 2명을 남기고 교체되었다. (경기를 잡기 위해선) 교체 시점이 늦은 감이 있었지만 주자 2명을 막으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홍건희 선수를 대신하여 마운드에 오른 건 김윤동 선수가 아니라, 김광수 선수였다. 4월 2일 삼성라이온스 전부터 전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김광수 선수를, 중요한 순간에 투입한 것이다. 경기는 초반이었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 순간이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것을. 이런 생각도 들었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기를 만들어서 패전조와 백업요원들을 투입시키려는 건가. 이런 패턴으로 팬들을 허무하게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4점을 더 내줬지만 곧바로 2점을 만회하였다. 4:7. 따라붙기 어려운 점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김광수 선수 다음에 올라온 선수는 박진태 선수였다. 박진태 선수는 타이거즈가 더 성장시켜야 할 선수지만, 이 상황에서는 아니었다. 많은 팬들이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인내를 이 순간 버렸다.

  이미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이라면 당연히 이해한다. 하지만 4:7이었고, 아직 4회였다. 승패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승부의 흐름을 너무나 알기 쉽게 바꿔놓았다. 이를 악물고 쫓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박진태 선수 대신 김윤동 선수가 올라왔다 해도 어차피 1+1 전략으로 두산베어스 타선을 상대할 계획이었으면 적어도 8회까지는 비등하게 경기를 이끌면서 역전의 기회를 노렸어야 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의 생각인지, 이대진 코치의 생각인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어제 경기 상황만 보면 기아타이거즈의 가장 큰 문제는 4, 5선발이나 불펜이 아닐지도 모른다.

 

  뒤늦게 나온 김윤동 선수와 박지훈 선수는 한 이닝씩을 맡았다. 허무한 소모였다. 어떤 의도로 등판시킨 건지 알 수 없었다. 선수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등판 시점과 상황이 두 선수에게 어떤 동기와 의미를 부여할는지 알 수 없다.

 

  노수광 선수가 타이거즈를 떠났고, 김민식 선수가 타이거즈로 왔다. 어제 경기에 선발로 나선 한승택 선수보다는 중량감과 안정감 면에서 돋보였다. 포수진도 약점이라면 약점이었다. 

 김진우 선수가 2군 경기에 등판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4, 5선발이 확정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 임기영 선수의 호투를 기대한다.) 불펜진도 재정비되어야 한다. 임창용 선수에게 당분간 클로저 역할을 맡기지 않을 것 같지만, 다른 복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문제들보다 어제와 같은 경기 운용이 더 큰 문제다. 기회가 필요한 선수에게는 기회가 주어져야겠지만, 준비된 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준비가 필요한 자들에게는 더 준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길.